남자 나이 50이면

2007. 3. 26. 20:09휴게실/좋은말, 글, 노래

남자 나이 50 이면


남자 나이 오십이면 이제야 철들 나이

나이를 물으면 대답하기 허무한 숫자
남의 나이처럼 낯설은 나이

 

거울 앞에서 떨어지는 머리카락 한개라도
아까워 주워서 잠시 들여다 보는 나이

어쩌다 창에 비친 모습에 놀라 움츠러들며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 지는 나이

 

옷을 고를 때는
편한 모시 반바지가 어색하지 않은 나이

식구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생선 가시 발라 숫가락에 얹어주는 아내가
갑자기 측은해 눈물 삼키는 나이

 

이제라도 사랑다운 사랑 한 번
제대로 시작해 보고싶은 나이

 

딸애가 뽑아준 흰머리카락 몇 올에
썰물에 휩쓸린 개펄처럼
온~통 가슴이 비어버리는 나이

 

바람 소리에도 자주 밤 잠을 설치며
동트는 빛으로 문살을 세는 나이

 

때로는 접어 두었던 첫사랑이 되살아 나서
눈시울이 뜨거운 애절한 나이

 

그리구~남자 나이 50은
아!, 아!, 감히 또 다시 달콤한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나이

새해 첫날이면 떡국과 함께 나이도 삼켜 버리고 싶은 나이

단풍같이 고운 마음으로 편하게 잘 죽고 싶은 나이

무엇때문에 그리도 열심히 살았는지 다시 살 수도 없는 허망한 나이

철나자 노망이라 벌써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되랴
너무도 급해지는 나이

 

-퍼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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