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 (下편)

2009. 9. 20. 23:02토종벌/병충해 관리

 

 

장수말벌 (下편)

 

 

                                           생태(둥지확장) 

 

 

외역을 위해 둥지를 떠나는 장수말벌 일벌

 

여름내 열심히 사냥하고 땅을 파고 집을 지은 장수말벌집들은 점점 거대화합니다. 보통 말벌집의 크기와 말벌들의 세력의 크기는 그해 여름 얼마나 비가 왔는지 안왔는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일벌들이 외부로 나가 사냥할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만큼 집의 건설 속도도 늦어지기 때문에 가을이 되도 그다지 큰 둥지로 확장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마때 홍수로 저지대에 건설한 장수말벌집들이 희생당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하지만 여름내 비가 적게 오고 가물면 많은 말벌둥지가 살아남고 말벌둥지의 크기도 또한 매우 대형화 합니다. 매년 여름 비가 많이 오는지 적게 오는지 확인해 보시면 가을에 산이나 들에서 말벌들이 얼마나 많아질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열심히 땅을 파며 둥지를 확장하는 일벌들

 

장수말벌은 땅벌처럼 땅을 파서 둥지를 확장합니다. 둥지 맨 하단에 땅파는 역할을 담당하는 일벌들이 열심히 턱으로 흙을 긁어내고 그것을 앞발로 모아 동그랗게 만든후 침을 약간 섞어 흙이 약간의 점성을 가지게 한후 이것을 물고 둥지위로 올라갑니다.

 

보통 땅벌들도 같은 방법으로 흙덩이를 물고 나오는데 땅벌들은 흙덩이를 가능한 날라서 멀리 버리는 반면에 장수말벌은 개미처럼 둥지 입구 주위에 흙덩이들을 쌓아놓습니다. 

 

흙덩이를 둥지 밖으로 나르는 점박이땅벌(Vespula vulgaris)

  

둥지를 확장중인 땅벌(Vespula flaviceps)

 

보통 땅벌들이 흙덩이를 멀리 내다버리는것은 둥지의 위치파악을 힘들게 하여 포식자들로 부터 자신들 둥지의 위치를 최대한 숨기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소리 외에 별다른 천적이 없는 장수말벌은 그다지 흙덩이를 멀리 버리려고 하질 않습니다. 

 

산중에 길을 가다가 지하에서 나온것으로 추정되는 지표면의 흙색과 색깔이 약간 다르고 입자가 굵은 흙덩이들이 흩뿌려져 있는것을 발견하시면 주위에 장수말벌집이 있을 확률이 있습니다.  

 

 낙엽위에 장수말벌이 잔뜩 쌓아놓은 입자가 굵은 흙덩이들

 

둥지확장의 공간을 확보하면 둥지를 확장하는데 장수말벌은 주로 기둥을 만들고 층을 여러개 만들어서 종적 확장을 꾀하는 다른 말벌들에 비해 기존의 층에 계속 방을 추가하는 경향이 심해서 횡적 확장의 경향이 심합니다.

 

어떤 경우는 맨 꼭대기층만 성인의 상체만한 크기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의 최종 형태도 완벽한 구형이 아니고 들쭉날쭉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땅속에 바위등 각종 방해물 때문에 확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방해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서 둥지를 짓는경우 하부가 개방된 멋진 종 형태(Bell-shaped)의 둥지를 짓곤 합니다.

  

육아방을 증축중인 장수말벌 일벌

 

 

좀말벌 둥지의 애벌레와 번데기들(번데기 변화과정 참조)

 

다 성장한 애벌레는 고치를 틀고 번데기로 변화하며 보름정도(기간은 둥지내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음) 있다가 성충벌로 변태하여 고치를 턱으로 뜯고 나옵니다. 갓 고치를 튼 애벌레는 서서히 애벌레 형태에서 성충벌의 번데기 형태로 모습을 변태시켜 나아가며 완성이 되면 새하얀 성충벌형태의 번데기로 완성이 됩니다.

 

보통 새로 태어난 말벌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빈 육아방으로 거꾸로 들어가 발만 내놓고 쉬는 경향이 있는데(이때 마치 경련이 인듯 뒷발을 까딱 까딱 거립니다.) 이는 벌 자신의 휴식뿐만 아니라 성충벌의 대사로 인해 발생되는 열에너지를 근처의 우화중인 번데기나 성장중인 애벌레에게 전달해서 성장과 우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므로 둥지의 규모가 크고 세력이 막강한 장수말벌집일수록 새로 태어나는 일벌의 숫자의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새로 늘어나는 장수말벌 식구들

(우측 상단에 육아방속으로 머리를 쳐박고 들어가서 쉬고 있는 갓 태어난 일벌)

 

보통 육아방들의 재활용빈도는 4~5회정도입니다. 제일 처음 육아방을 사용하는 애벌레는 먹이를 받아먹고 배설한 배설물을 육아방에 남기게 되며 자신이 우화하고 방을 나가면 여왕벌이 그방에 다시 알을 낳아서 재활용하게 되는데 이 사이클이 계속되면 해당방의 배설물이 쌓이고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 해당방의 배설물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육아방의 깊이가 얕아지고 육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왕벌은 더 이상 그런방에 산란을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꼭대기층부터 점점 비어가게 되며 아랫층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갑니다. 혹시 말벌집을 열어보실 기회가 있으면 육아방 마다 까만색으로 차있는것이 있는데 그것이 애벌레들의 배설물입니다.

 

 

생태(식량부족과 먹이터 표식 호르몬)

 

가을이 다가오면 장수말벌들은 3층이나 4층부터 여왕벌 애벌레를 기를 육아방을 건설합니다. 이 육아방들의 크기는 균일하게 일벌방보다 크게 지어지고 이방안에서 길러지는 애벌레들은 일벌방의 애벌레들보다 먹이공급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게 됩니다.

 

여왕벌 애벌레들의 식사량과 식탐은 일벌들이 흔히 공급해오던 곤충고기의 양으론 충족시키기 힘듭니다. 장수말벌일벌이 외역을 나가서 꿀벌같은 소형곤충 10마리를 잡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비교하면 왕사마귀나 방아깨비 같은 대형곤충 1마리를 사냥하는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여왕벌 애벌레들의 배를 채워줄 이런 대형곤충류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호랑거미를 사냥한 장수말벌

 

왕사마귀를 사냥하는 검정말벌(Vespa dybowskii) 

(말벌들은 가을에 여왕벌 애벌레를 먹여살리기 위해 대형곤충사냥을 선호)

  

 방아깨비를 사냥하는 털보말벌(Vespa simillima) 

 

일벌들이 공급하는 먹이량에 만족치 못한 여왕벌 애벌레들은 계속 거칠게 육아방을 긁어대고 이러한 자극의 지속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벌들의 먹이터 표식 페로몬샘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먹이터 표식 페로몬으로 무장한 장수말벌 일벌들은 평상시의 일반사냥때와는 다른 행동을 취합니다.

 

장수말벌의 일반사냥시에는 사냥한 곤충의 가슴부위를 제외한 머리와 배를 떼어내고 고기를 취해서 둥지로 날라가는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먹이터 표식 페로몬으로 무장한 일벌의 행동은 각각의 곤충개체를 찾는것이 아니라 다른 야생벌의 둥지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말벌들이 자신들보다 약한 쌍살벌집을 공격해서 쌍살벌집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취하는 행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 오던 행동양식입니다. 특히 쌍살벌집털이 전문가가 있는데 이는 바로 꼬마장수말벌입니다.

 

 어리별쌍살벌의 초기둥지를 급습한 꼬마장수말벌

 

 

 

왕바다리 둥지에서 번데기를 탈취하는 꼬

마장수말벌

 

물론 장수말벌도 다른 말벌들 처럼 쌍살벌집을 급습해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쌍살벌집에서 약탈하는 애벌레와 번데기의 수로는 장수말벌들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량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수말벌은 보다 많은 단백질원을 공급할 대형둥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는 그들이 땅벌이나 꿀벌의 둥지뿐만 아니라 다른 말벌의 둥지까지 넘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땅벌집을 발견한 장수말벌

  

 땅벌집 입구에 운집하여 집단공격을 가하는 장수말벌

 

일단 적당한 벌집을 발견한 장수말벌은 주위를 맴돌면서 둥지의 크기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배밑에서 분비되는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목표벌집 입구 근처에 바르는데 둥지의 규모가 클수록 많은량을 발라서 더 많은 동료들이 목표벌집 공략에 나서게 만듭니다.  

 

이 페로몬은 휘발성이 강해서 수백미터 근방의 같은 둥지 동료들이 금방 알아차릴 정도입니다. 이 페로몬을 맡은 장수말벌들은 냄새의 진원지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손쉬운 상대인 땅벌집 같은 경우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점령할수 있습니다.

 

 

생태(말벌전쟁)

장수말벌은 모든말벌집을 공격대상으로 삼습니다만 그중 가장 자주 노리는 대상은 털보말벌입니다. 이유는 털보말벌집을 점령했을경우 가장 많은량의 단백질원이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털보말벌이 말벌세계에서 그리 만만한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말벌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학생들이 말벌7종의 학명을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해 학명으로 나라이름처럼 지어보았습니다. 학습도 재미 있어야 잘되는 법이죠)

 

털보말벌의 시밀리마 제국 Similliman Empire

 

 

학명: Vespa simillima simillima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6~29mm인 중형말벌로 둥지는 완벽한 구형(Ball-shaped)입니다. 이름대로 짙은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둥지의 외피는 흡사 솔방울과 같이 작은 물결무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격성은 장수말벌 다음으로 공격적입니다. 독성은 중간정도입니다만 워낙 개체수가 많아서 사람이 공격당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주로 인가의 처마밑에 자주 집을 짓고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1000~2000마리에 달하는 말벌7종중 개체수 최대의 거대세력입니다.

 

말벌의 크랩로 왕국 Crabro Kingdom

 

 

학명: Vespa crabro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7~30mm인 중형말벌로 둥지는 하부가 주로 개방되는 종(Bell-shaped) 형태입니다. 외피는 물결모양의 선이 길고 시원하게 뻗어있고 외피의 표면이 털보말벌처럼 매끈하지가 못하며 중간 중간에 외피를 추가로 덧붙힌 부분들이 자주 보여서 표면이 거칠어 보입니다. 공격성은 털보말벌과 어깨를 견줄정도로 매우 공격적이고 독성은 장수말벌 다음으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벌도 둥지당 개체수가 많아서 사람이 공격당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말벌의 서식지는 인가처마, 땅속, 나무위등 매우 다양하며 가을에 한둥지에서 발견되는 개체수는 보통 600~1200마리 정도입니다. 두번째 배마디는 전체가 짙은 고동색을 띄며 3, 4, 5번째 배마디의 노란색 띄위에 고동색점이 매우 크게 양쪽으로 2개씩 찍혀 있는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말벌이라는 이름때문에 종,속, 과(말벌, 말벌속, 말벌과)의 이름 사용에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아서 "참말벌" 같은 다른이름으로 불리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만 학계에서 받아줄런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정말벌의 다이보우스키 산적단 Dybowskii Band

 

 

학명: Vespa dybowskii

 

일벌은 17~24mm 여왕벌은 28~30mm의 중형말벌로 앞서 소개된 털보말벌과 말벌의 초기중지를 탈취해서 자신의 둥지로 삼는 사회성 기생말벌입니다. 검정말벌여왕벌은 사무라이 개미의 여왕이 곰개미의 둥지를 습격하듯 털보말벌이나 말벌의 초기둥지를 습격하여 여왕벌을 죽인후 둥지를 탈취합니다. 그후 자신의 알과 애벌레의 육아는 노예말벌들에게 맡기는데 검정말벌 일벌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면 둥지는 검정말벌 세상이 됩니다.  노예에게 완전의존하는 사무라이 개미와는 달리 검정말벌 일벌들은 둥지확장과 육아를 직접 담당합니다. 공격성은 중간정도이고 독성은 약한편에 속합니다. 가을에 발견되는 개체수는 보통 둥지당 100~400마리 입니다.

 

황말벌의 잔쏩테라 왕국 Xanthoptera Kingdom

 

 

학명:  Vespa simillima xanthoptera

 

일벌16~24mm 여왕벌 25~28mm의 중소형 말벌로 털보말벌과 가장 가까운 친척사이입니다. 둥지의 형태는 털보말벌과 비슷한 구형(Ball-shaped)이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공격성은 중간정도이며 독성도 중간정도 입니다. 주로 처마밑이나 땅속에 집을 짓고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500~1000마리 입니다. 생김새는 털보말벌과 매우 흡사하지만 전체적인 색상이 누런 황갈색을 띄며 결정적인 차이점은 배의 두번재 마디위에 황갈색 선이 끊어진채로 점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털보말벌의 두번째 배마디는 짙은 고동색의 선이 두텁게 둘러쳐져 있습니다.

 

꼬마장수말벌의 듀칼리스 기사단  Ducalis Order

 

학명: Vespa ducalis

 

일벌은 24~30mm 여왕벌은 34~38mm 인 대형말벌로 장수말벌 다음으로 큰 말벌입니다. 둥지는 하부가 개방된 종형(Bell-shaped)이며 긴 물결모양의 외피를 가집니다. 장수말벌과 비슷한 길이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턱의 크기는 장수말벌에 비해 현저히 작으며 배가 다른말벌들보다 비율적으로 길어서 가늘고 긴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의 끝부분이 매우 검어서 장수말벌과 비교하긴 쉽습니다. 공격성은 말벌7종중 제일 온순하며 독성은 좀말벌 다음으로 약합니다. 가을에 둥지당 발견되는 개체수는 50~80마리에 불과하여 100을 넘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정도로 조촐한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말벌의 아날리스 대공국 Grand Duchy of Analis

 

 

학명: Vespa analis

 

일벌은 22~28mm 여왕벌은 25~30mm의 중형 말벌로 장수말벌의 축소판처럼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둥지는 주로 나무위 가지사이에 자주 만들고 구형(Ball-shaped)입니다. 외피는 다양한 목재를 선호하는 좀말벌의 특징을 반영하여 매우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조합이 시원스런 호랑이 줄무늬처럼 뻗어있습니다. 비행사냥을 선호하며 소형 날벌레들에겐 악몽과 같은 존재입니다. 사냥시 쌍살벌처럼 뒷다리를 늘어뜨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공격성은 꼬마장수말벌 다음으로 온순하며 독성은 말벌7종중 제일 약합니다. 가을에 둥지당 개체수는 100~300마리 정도입니다.

 

장수말벌의 만다리나 제국 Mandarina Empire

 

 

학명: Vespa mandarinia

 

일벌은 25~37mm 여왕벌은 37~48mm의 초대형말벌로 크기, 공격성, 독성에 있어 말벌7종 중 최강입니다. 둥지는 주로 땅속 또는 지표면에서 가까운곳에 만들고 하부가 개방된 종형(Bell-shaped)입니다. 곤충계 먹이사슬에 정점에 있으며 말벌을 포함한 다른 야생벌들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가을에 발견되는 둥지당 개체수는 보통 400~800마리입니다만 간혹 1000마리가 넘는 초대형 둥지가 발견되곤 합니다.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대로 털보말벌은 만만한 세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수말벌 다음가는 매우 강력한 세력입니다만 장수말벌은 털보말벌의 둥지를 흔히 공격합니다.

 

 

 

털보말벌과 비슷한 사이즈의 황말벌과 장수말벌의 크기비교

 

털보말벌은 매우 강력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을에 보통 1000~2000마리정도의 일벌을 보유하는데 이는 말벌종중 최대의 개체수입니다.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털보말벌집

 

장수말벌이 털보말벌집을 공격할때 털보말벌의 무기는 홈그라운드라는 잇점과 숫적우세 그리고 격렬한 공격성입니다. 하지만 장수말벌은 크기가 크고 강력한턱과 더욱 긴 독침이 있습니다.

 

 

장수말벌의 강력한턱

 

 

 

장수말벌의 독침 

 

털보말벌의 둥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 장수말벌과

둥지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져나온 털보말벌 일벌들

일단 털보말벌의 둥지를 발견한 장수말벌은 배밑에서 분비되는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둥지입구 주위에 바르고 그냄새를 맡은 동료벌들이 하나둘씩 둥지앞에 나타납니다. 초반에 장수말벌의 공격은 둥지 외곽에 국한이 되고 포위되는것을 피하면서 털보말벌을 하나씩 상대하며 물어죽입니다 그러면서 틈날때마다 페로몬을 계속 발라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무기는 강력한턱이며 날개나 다리를 물어 불구로 만들거나 머리나 가슴을 직접물어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성난 털보말벌들은 둥지를 지키기 위해 경보페로몬을 발동하고 비교적 나이가 많고 노련한 일벌들이 먼저 둥지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져 나옵니다.

 

 

점점 격렬해지는 전투

초반에 날라온 장수말벌들이 외곽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때 점점 더 많은수의 장수말벌들이 페로몬에 이끌려 증원되어 날아옵니다. 장수말벌들은 아군의 수가 많아지는것을 느끼면 대담해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장수말벌의 공격이 대담해 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때부터 장수말벌의 희생도 서서히 생기기 시작합니다. 조심성없이 혼자서 깊숙히 들어갔다가 털보말벌들의 집단포위공격으로 하나둘 희생당하는 장수말벌이 생깁니다. 그러나 몇마리정도의 희생으로 기가 꺽일 장수말벌이 아닙니다.

 

 

털보말벌집 둥지입구를 장악하기 시작하는 장수말벌들

계속적으로 증원오는 장수말벌들은 많으면 최대 30~50마리에 다달을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보통 장수말벌집의 개체수(400~800)를 고려해보면 총병력의 10분의1정도의 병력만 동원한셈입니다. 목표가되는 털보말벌둥지와 장수말벌의 둥지가 가까우면 더 빨리 증원병력이 도착하기 때문에 반나절안에 상황이 종료가 되는경우도 있지만 거리가 매우 먼 경우 병력증원이 늦어져서 길게는 3일정도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는경우도 있습니다. 장수말벌이 둥지 입구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이미 전세는 기운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정도 전황이면 전투에 쓸만한 털보말벌 일벌(나이가 많고 노련한 일벌)들의 대다수는 이미 입구에서 나가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입구 주변이 장수말벌들에게 둥지점령은 시간문제입니다.

 

 

점점 깊숙히 밀고 들어가는 장수말벌

입구를 점령한 장수말벌들로 인해 털보말벌들은 둥지입구속까지 밀려 겨우 좁은틈을 이용하여 방어를 하기 시작합니다만 그렇게 지형적인 잇점을 누리게 놓아둘 장수말벌들이 아닙니다. 이때 장수말벌들은 털보말벌둥지의 외피를 턱으로 뜯어서 입구의 크기를 확장시킵니다 그래서 털보말벌들이 넓어진 전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외역나갔다가 들어오는 털보말벌 일벌들도 집앞까지 날라왔다가 장수말벌들에게 쫓겨납니다. 간혹 몇마리가 둥지로의 진입을 시도하지만 곧장 물려죽습니다. 완벽하게 외부와의 접촉이 끊긴 털보말벌  둥지의 운명은 절망적입니다. 이때부터는 장수말벌의 사상자는 거의 생기지 않고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는데 이유는 주로 둥지내에 잔류하는 털보말벌들은 경험이 적은 어린 일벌들이어서 호전성이 떨어져서 적극적으로 둥지방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벌의 호전성은 나이에 비례합니다.

 

 

털보말벌집 외피를 뜯어내 입구를 넓히는 장수말벌

 

 상황종료(둥지점령를 점령한 장수말벌들)

 

 

 털보말벌 애벌레를 물어 나르는 장수말벌

둥지를 점령하는데 성공한 장수말벌들은 여유있게 영양교환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전투로 인해 쌓인 피로를 회복합니다. 이때 피로회복을 위해 털보말벌 애벌레들을 끄집어내서 씹으면서 즙을 짜마신뒤 버립니다. 육즙으로 가득찬 애벌레들은 주로 이런방식으로 전투병의 피로회복을 위해 소모되고 보다 단단한 번데기들은 둥지로 보내져서 여왕벌 애벌레들의 허기를 달래는데 사용됩니다.

 

 

양측의 희생

털보말벌둥지점령을 위해 보통 희생되는 장수말벌의 숫자는 적게는 10마리 이하에서 많게는 20마리정도 입니다. 하지만 이는 여왕벌 애벌레들의 안정적인 식량원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것이 비하면 매우적은 희생입니다 게다가 털보말벌측 피해는 전멸(1000~2000마리)입니다. 털보말벌100마리가 희생될때 장수말벌 1마리가 희생된 셈입니다.

 

 

생태(유럽꿀벌의 방어시스템) 

장수말벌은 양봉하시는분들에겐 가을에 최대의 골칫거리입니다. 하지만 왜 장수말벌이 집단으로 벌통을 노리고 공격해 오는지는 아시는분은 알고 계셨겠지만 모르셨던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앞서 설명을 이미 드렸습니다. 그리고 먹이터 표식 페로몬에 대한 설명도 드렸습니다.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른 종이위에 몰려든 장수말벌

만약 장수말벌이 양봉통에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르는것이 목격되면 속히 비눗물 같은 것으로 깨끗이 씻어주시는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특정 양봉통앞에 장수말벌들이 운집하면 이미 그 벌통에 페로몬이 발라진것이니 일단 장수말벌부터 잡고 벌통 전체를 깨끗이 닦아주셔야 추가로 안날라옵니다. (그래도 추가로 날라온다면 이미 머리속에 벌통의 위치를 저장한 2회이상 출몰 말벌들이니 이들은 필히 잡아주십시요, 페로몬은 양봉장에 한번도 나타난적이 없는 말벌들을 부르는 신호입니다. 일단 벌통에 나타나면 기억비행으로 위치를 머리속에 완전히 저장해 버립니다.)

 

만약에 깨끗이 닦으시는게 힘드시다면 페로몬이 발라진 벌통의 소비를 깨끗한 새벌통에 옮기신후 새벌통을 같은 위치에 두어 외역꿀벌들이 집을 찾게 도와주시고 페로몬이 발라진 벌통은 양봉장에서 먼곳으로 격리 조치하셔도 됩니다.

 

 양봉통앞에 나타난 장수말벌(언제 페로몬을 바를지 모르는 상황)

 

꿀벌은 다른말벌들과 마찬가지로 장수말벌에겐 유용한 먹잇감입니다. 이유는 꿀벌을 사냥하면 뱃속에 남아있는 약간의 꿀을 섭취할수 있고 꿀벌의 가슴근육은 애벌레를 위한 단백질원으로 사용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말벌들도 꿀벌집앞에 나타나서 꿀벌들을 채가는 일이 있습니다.

 

 꿀벌사냥을 위해 나타난 황말벌

 

보통 말벌들은 꿀벌을 낚아채면 근처 나뭇가지위에 맨 뒷다리 한개만을 걸친후 거꾸로 매달린채 꿀벌을 머리를 뜯어내고 배를 씹고 꿀을 취한뒤 가슴부분을 씹어 고기경단으로 만든후 둥지로 나릅니다.

 

 별쌍살벌을 사냥한 좀말벌(참고: 동일한 자세로 꿀벌을 처리)

 

꿀벌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기회가되면 가까이 다가온 말벌에게 집단공격을 가하여 죽이는데 꿀벌의 조그마한 턱이나 침으론 말벌을 죽이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꿀벌의 턱으로 아무리 공격해 보았자 말벌의 갑옷을 뚫을수 없고 꿀벌의 침도 말벌의 갑옷을 뚫을수 없습니다. 양봉장에 죽어있는 말벌들에 몸에서 심한외상(턱에 의한공격)이나 독침공격(독침이 꽂혀있는지의 여부)으로 사망한 말벌이 아직 발견된바는 없습니다. 꿀벌이 말벌을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열입니다.

 

열공격이란 꿀벌들이 말벌1마리를 에워싸서 봉구(벌덩어리)를 만든뒤 열을가해 죽이는 방법으로 말벌의 치사온도(섭씨 44~46도) 이상으로 열을 가하는데 꿀벌의 치사온도(섭씨 48~50도)보다 바로 아래(섭씨47도)까지만 끌어올리는것이 관건입니다. 바로 이 1도의 차이로 꿀벌은 살고 말벌은 죽는것입니다.

 

흔히들 일본측 학계가 보고한대로 이 열공격을 재래종 꿀벌(Apis cerana)만 할줄 안다고 생각하시는데 유럽꿀벌(Apis mellifera)도 열공격을 가할줄 압니다. 다만 양봉이 재래종 꿀벌처럼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장수말벌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고 열공격이 서투를 뿐입니다. 일본측 학계가 서방측에 보고할때 일본꿀벌(Apis cerana japonica)만이 장수말벌에 대한 열공격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보고해서 현재 많은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유럽꿀벌이 열공격도 못한다면 유럽꿀벌도 땅벌들처럼 장수말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봉구열을 무기로 사용하는 유럽꿀벌

 

 유럽꿀벌들은 말벌이 침입하면 문지기벌들이 중심이 되서 횡선을 그리며 방어선을 만듭니다. 그러나 말벌이 가까이 오면 그 방어선을 지키지 않고 하나둘 용감하게 말벌에게 돌진합니다. 유럽꿀벌의 이 용감한 돌격 때문에 장수말벌에 의한 유럽꿀벌의 희생은 더욱 커집니다. 이는 마치 방어선을 사수하란 명령을 받고도 홧김에 적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노련하지 못한 신참병사와도 같습니다. 

 

 유럽꿀벌에게 당한 좀말벌

 

 유럽꿀벌의 열공격은 원시적이긴 합니다만 유럽말벌과 같은 중형급 말벌들에겐 나름대로 효과적인 전술입니다. 유럽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말벌(Vespa crabro)의 아종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꿀벌은 단독으로 양봉장을 급습하는 말벌들을 상대로는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어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유럽꿀벌은 유럽에서 들어온 외래종으로 우리나라 토착종인 장수말벌에 대한 대비책이 없습니다. 마치 신대륙에서 수준낮은 포식자만 상대하던 캥거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호랑이를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양봉장을 내습한 장수말벌

 

장수말벌에게 이러한 아마추어적이고 덜 조직적인 열공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유럽꿀벌은 용감해야 적을 물리친다는 본능을 물려받았고 이를 열심히 실천합니다. 이는 유럽꿀벌들의 사상자수가 장수말벌을 만나면 급증하는 중요원인입니다. 장수말벌은 가만히 앉아서 용감무쌍하게 도전해 오는 유럽꿀벌일벌들은 하나씩 물어죽이면 됩니다. 또한 포위될듯한 분위기면 장수말벌은 뒤로 한걸음 빠지거나 날라가버립니다.

 

 

유럽꿀벌들에게 둘러싸여 죽어가는 동료의 머리를 물어

구출을 시도하는 장수말벌(동료애가 돋보이는 장면)

 

하지만 전투중에 장수말벌측에게도 불운한 경우는 꼭 있게마련입니다. 무아지경으로 열심히 싸우다가 보면 성난 꿀벌들이 하나둘 달라붙고 순식간에 포위당해 열공격에 의해 하나둘 죽어나가는 장수말벌들도 생깁니다.

 

 유럽꿀벌들을 물어죽이는 장수말벌

 

하지만 유럽꿀벌들이 아무리 강하게 방어를 해도 장수말벌의 집단공격에는 늘 전멸을 면치 못합니다. 보통 양봉통에 평균 3~4만마리의 일벌이 있는데 양봉통 하나를 전멸시키는데 30~40마리의 장수말벌이 동원되면 10~15마리 정도가 열공격으로 희생당합니다. 이는 장수말벌 1마리가 희생당할때 보통 꿀벌  2600~3000마리 정도가 희생되는 셈입니다.

  

전투후 뒤섞인 꿀벌시체와 장수말벌 시체(장수말벌은 무적이 아닙니다)

 

벌통을 장악한 장수말벌은 보통 꿀을 마시면서 지친 체력을 보충한뒤 번데기를 자신들의 둥지로 날라서 여왕벌 애벌레들에게 먹입니다.

 

 생태(재래꿀벌의 방어시스템) 

재래꿀벌(Apis cerana)은 흔히 토종벌이나 한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착종으로 유럽꿀벌보다 약간 작고 채밀력도 유럽꿀벌에 떨어지고 어떤 경우 유럽꿀벌들의 공격을 받아 문지기벌은 죽고 꿀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장수말벌에 대한 대비책은 나름대로 서 있습니다.

  

 토종벌통을 급습한 장수말벌

 

1차 방어전술: 화학전(페로몬을 제거하라!)

일단 대대로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아온 재래꿀벌은 나름대로 체계적인 방어 수칙이 있고 이를 철저히 따릅니다. 일단 장수말벌의 정찰벌이 벌통주위에 먹이터 표식 페로몬을 바르면 턱으로 페로몬을 긁어내서 냄새를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유럽꿀벌에게는 없는 행동양식으로 장수말벌의 화학적 언어를 해독한 재래꿀벌의 정보력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이 페로몬 제거 대처법은 성공할때도 있고 성공하지 못할때도 있습니다만 장수말벌의 집단공격 가능성을 줄여주는것은 사실입니다.

 

 재래꿀벌집 입구에 운집하는 장수말벌

 

 

 재래꿀벌집 내부로 진입하는 장수말벌

2차 방어전술: 전시체제 돌입 및 열공격(최소의 손실로 적을 구워버려라!) 

일단 페로몬 제거에 실패하면 장수말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재래꿀벌은 외역활동의 일체중지를 단행합니다.(벌통앞 고요~~) 이부분에 있어 재래꿀벌들은 유럽꿀벌들과는 다른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럽꿀벌들은 장수말벌이 집단공격을 해와도 외역을 나가는 일벌들이 있을정도로 전시체제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즉 집의 일부는 외적을 상대하고 집의 일부는 계속 다른일을 하는셈이죠 상대가 전원을 동원해서 싸워도 버거운 장수말벌들인데도 말입니다.

 

전시체제가 발동한 모든 재래꿀벌 일벌들이 일정하게 짜여진 방어선 안으로 들어와서 두터운벽을 쌓습니다. 그리고 장수말벌이 접근하면 거의 미동도 하지 않다가 때가 되면 최대한 동시에 집단돌격하여 장수말벌을 한번에 포위할려고 합니다. 이는 장수말벌이 기술적으로 회피하면 효과가 적지만 재래꿀벌의 조직력은 잘모르시는분들이 보실때는 유럽꿀벌보다 겁쟁이 같아보이시겠지만 상황을 이해하시는분의 눈에는 조직적이고 노련한 병사들로 보이실겁니다.  

 

                  열공격에 당하는 장수말벌          

     

 3차 방어전술: 작전상 후퇴(불필요한 손실의 최소화) 

이런방식으로 장수말벌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재래꿀벌들은 작전상 후퇴도 할줄 압니다. 일단 상황이 좋지 못하면 재래꿀벌들은 벌통안으로 전부 퇴각해 버립니다. 유럽꿀벌들은 벌통 안으로 전원퇴각하는 이런형태의 작전상 후퇴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싸우면서 밀릴뿐입니다. 그래서 유럽꿀벌들은 불필요한 손실이 매우 큽니다.

 

 4차 방어전술: 봉구폭탄 활용(최후의 방어선) 

벌통안으로 퇴각한 재래꿀벌들은 소비에 들러붙어 봉구(벌덩어리)를 미리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벌통안으로 진입해온 장수말벌 머리위로 이 미리준비된 봉구를 폭탄 떨구듯 떨어뜨립니다. 이 봉구덩어리를 뒤짚어 쓰는 장수말벌은 몇초안에 열공격에 의해 사망합니다.

 

 5차 방어전술: 전략적 회피(여왕벌과 둥지의 미래를 위하여!) 

하지만 이런방식으로도 장수말벌들이 무력화되지 않고 계속 공격해 들어오면 재래꿀벌은 최후의 결단을 선택합니다. 여왕벌과 함께 동시에 모두 집밖으로 집단 탈출을 꾀하는것입니다. 집단탈출은 선택할때도 있고 그렇지 않고 유럽꿀벌처럼 전원옥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일단 여왕벌과 일단의 일벌들이 집단 탈출에 성공하면 근처 나무위에 1차 집결지에 모인후 얼마후 적당한 집터를 찾은 정찰벌의 선도로 새로운 집터를 찾아 이주합니다. 어차피 집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느니 집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는 재래꿀벌의 지혜로움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일단 여왕벌과 적정수의 일벌만 보존되면 집단의 생존은 보장 되기때문에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열공격으로 사망한 장수말벌

 

 

 재래꿀벌통의 장악에 성공한뒤 꿀을 마시며 승리를 자축하는 장수말벌

 

이러한 재래꿀벌의 집단 탈출은 장수말벌은 벌집을 차지해서 여왕벌 식량확보의 부담을 덜고 재래꿀벌은 전멸을 피하고 종을 보존하는데 성공하는 케이스로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포식자는 원하는것을 얻고 포식을 당하는자는 목숨을 유지하는 자연의 신비로운 균형입니다. 

 

생태(여왕벌 탄생, 교미 그리고 동면)

가을내 먹이를 달라고 그렇게 아우성을 치면서 일벌들을 괴롭히던 여왕벌 애벌레들은 늦가을 여왕벌로 우화해서 드디어 둥지에 나타납니다. 이때 수펄들도 같이 나타나는데 둥지안에 일벌수는 점점 감소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여왕벌과 수펄들만 남게됩니다.

 

  장수말벌 수펄(더듬이와 배끄트머리 형태에 주목)

 

말벌수펄들은 더듬이가 흡사 나비처럼 둥글게 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끄트머리가 뾰족한 일벌이나 여왕벌과 비교하여 배끄트머리가 뭉툭하고 침을 가지고 있지 않는 대신에 수컷의 생식기가 있습니다.

 

 교미하는 장수말벌 여왕벌과 수펄

 

늦가을 맑은날 장수말벌 둥지입구가 바빠지면 결혼비행이 있는날입니다. 이날 다른 둥지에서도 수펄들과 여왕벌이 대기하는데 결혼비행날 여왕벌과 수펄은 정든 둥지를 떠나 숲으로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계속 날라다니면서 적당한 짝을 찾은후 교미를 합니다. 교미는 항상 결혼비행당일에만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며 숲으로 방출된 수많은 여왕벌과 수펄들이 몇일에 걸쳐 짝을 찾은뒤 교미를 하게되는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미처럼 여러둥지들이 꼭같은날 동시에 여왕벌과 수펄을 방출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늦게 우화한 여왕벌과 수펄은 둥지내에서 교미하는경우도 있습니다.

 

 

 늦가을 교미에 성공한 여왕은 동면터를 찾아야 합니다.

 

교미에 성공한 장수말벌 여왕은 나무수액을 마시며 에너지를 섭취하다가 겨울이 가까워지면 썩은 나무둥치 같은 곳을 선택하여 동면에 들어갑니다.

   동면중인 장수말벌 여왕

 

적당한터를 찾아낸 장수말벌 여왕은 길고 추운 겨울동안 동면에 들어갑니다. 보통 동면중에 습기가 몸에 차서 곰팡이에 의해 죽거나 추위에 동사하는 여왕벌이 많아서 겨울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여왕벌은 소수입니다.

 

보통 한둥지에 200마리의 여왕벌이 결혼비행을떠나면 여러가지 이유로 120마리 정도만 교미에 성공하고 이 120마리중 대부분이 겨울에 동사하거나 곰팡이에 당하고 20마리 정도만 동면에 성공하며 동면에서 깨어난 여왕벌들도 초기둥지건설 실패나 농약, 사람의 공격(달리는 자동차에 치여죽기도 합니다) 또는 장마등의 기타 이유로 대부분 중도에 죽음을 당하고 겨우 1~2개의 둥지를 가을까지 만들어 내면 성공한 편입니다. 그렇게 여왕벌이 천신만고 끝에 둥지를 성장시켜내면 어떤사람들은 둥지를 약으로 쓴다고 캐가거나 상업적인 이유로 전문적으로 둥지를 캐내서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익충인가? 해충인가?)

양봉하시는분들 입장에서는 장수말벌을 비롯한 모든 말벌은 해충입니다. 물론 꿀벌을 잡아먹는 사마귀, 두꺼비도 모두 양봉에 해를 끼치는 동물들입니다만 장수말벌은 특히 양봉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장수말벌이 사람을 쏘아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야생화의 수정도 돕고 다양한 곤충들의 개체수 콘트롤에 도움을 주고 말벌계에서 털보말벌이나 기타 다른 특정말벌의 지나친 증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하는 장수말벌을 도데체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까요? 장수말벌은 익충인가요? 해충인가요?

 

물론 직접 기르시는 꿀벌들이 장수말벌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입장(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신 양봉가분들께는 기르시는 벌의 보호(재산보호)를 위해 당연히 장수말벌을 잡을 권리와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는 상관이 없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장수말벌을 해충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탄압하거나 괴롭힐 권리나 필요가 있는것 일까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농약사용으로 인한 야생벌 감소로 인한 먹이감 부족 그리고 삶의 터전을 그 자체를 잃어가는 장수말벌들에게는 어찌보면 인간이 기르는 꿀벌들은 손쉬운 먹이감이자 어쩔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냥감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한반도 나타나기 아주 오래전부터 장수말벌은 토착 야생벌과 균형잡힌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곤충계의 호랑이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장수말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장수말벌이 다른곤충들은 다 놔두고 꿀벌만 사냥하는 편협한 식성만 가지고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재미를 위해 살생하는 악의 화신도 아니며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연계의 한 일원일 뿐입니다. 왜 인간들은 늘 자신들의 주관적 잣대로 다른 모든 야생동물들을 "익충이다 해충이다" 등의 인간만을 위한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하는것일까요? 인간에게 있어 익충이다 해충이다 하는 규정과 정의가 과연 자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 모든것에 대한 해답은 이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개개인의 몫입니다.

 

上편에 이은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장수말벌 (下)|작성자 지피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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