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래정과 원이엄마

2011. 11. 19. 18:51휴게실/문화, 관광

귀래정

안동시 정상동에 있는 귀래정은 고성 이씨 안동 입향조 이증 선생의 둘째 아들인 낙포 이굉 선생이 지은 정자로. 이굉 선생은 사헌부 지평, 상주목사, 개성유수 등의 직을 지내던 중,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되었다가 중종반정 때 다시 기용되었으나, 연로하여 벼슬을 사양하고 이곳으로 내려와 낙동강이 합수되는 경승지에 정자를 짓고 자신의 처지가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너무나 흡사해서 정자 이름을 [귀래정]이라 지었다고 합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안동의 수많은 정자 가운데 귀래정을 비롯하여 임청각, 군자정, 하회의 옥연정을 으뜸으로 꼽고 있습니다.

귀래정 입구

 

신도비각

 

귀래정

 

귀래정 옆에는 원이엄마상이 있습니다.

1998년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 사업지구에서 고성이씨 이응태의 묘를 이장 하는 과정에 한통의 편지와 함께  종이에 뭉쳐진 머리카락 다발같은 것이 발견 되었는데 그것은 삼줄기와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신발이었다고 합니다.

신발을 쌌던 흰 종이에는 대부분의 글씨는 지워지고 <이신 신어보지도~>라는 글귀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병이든 남편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하며 머리카락 한올 한올 섞어가며 미투리를 만들었으나,  사랑하는 남편은 그 신발을 신어보지도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났고 뱃속에 아기를 가진 부인은  그 신발과 부인의 속옷, 아이옷 그리고 한통의 편지를 관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무덤이 있던 인근에 원이 엄마상과 편지 비석을 세웠습니다.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를 고이 들고 있는 원이 엄마상에는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배어납니다.

그녀는 이 짚신을 삼으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당시 31세인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남편 잃은 안타까운 심정과 앞으로 살아갈 막막한 세월을 슬퍼하는 사랑이 담긴 이 편지를 가로 60cm 세로 33cm 크기의 한지에 남편에게 편지를 구구절절 쓰기 시작했는데, 두서없이 마구 써나가다 보니 종이가 모자랐습니다.

글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세로글씨로 써나가다 끝맺음은 종이 윗쪽 여백을 채우고도 모자라 다시 아랫쪽 여백까지 채우고서야 겨우 끝이 났다고 합니다.


 

원이 아버지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안동의 명물인 월영교(月暎橋)에도 이응태 부부의 사랑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월영교는 이응태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기 위해 월영교라고 명명했습니다.

월령교

안동댐 옆에 위치한 월령교는 '달빛이 드는 다리'라는 낭만적인 곳이다.

한국에서 가장 긴 목책교(길이 387m, 폭 3.6m)로 중간에 월령정이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안동 민속 박물관과  안동민속촌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 다리를 건너면 더욱 마음이 애틋해져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