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꼬마리의 기적
도꼬마리의 기적
필자의 아들내미는 어릴 적부터 비염을 앓았다. 아침에 일어난 아들의 머리맡엔 휴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비염으로 인해 코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던 아들이 화장지로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느라 그랬던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면 더 심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아침저녁 식염수로 코를 헹구어냈지만 잠깐 그때뿐이었다.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훈련과 군기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비염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염은 치료하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필자가 가입해 있는 약초 카페에서 우연히 ‘도꼬마리’가 비염에 좋다는 정보를 보고, 지난 늦가을에 아내와 함께 들과 산을 다니면서 도꼬마리 열매를 채취했다. 들녘에 난 도꼬마리는 농약 때문에 채취할 수가 없었고, 청정지역인 저수지 둑에서 조금 채취할 수 있었다. 열매를 채취할 때는 반 정도만 따고 반은 남겨 둬야한다. 그래야 이듬해 그곳에서 다시 도꼬마리를 만날 수 있다. 노릇노릇 볶은 도꼬마리 한 줌과 물 2리터를 주전자에 넣고 40분 정도 달여서 아들내미에게 마시게 했다. 도꼬마리 열매엔 독성이 있어 많이 마시면 간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하루에 석 잔만 마시도록 했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마신 지 사흘만에 아들내미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고, 1주일쯤 되던 날 아침부터 머리맡에 수북이 쌓여있던 화장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이건 기적이다. 이십여 년 따라다니던 비염과 결별을 준비하는 순간이었다. 그후 한 달 정도 더 마시게 했더니 비염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에 약초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병이 있다는 건 그 치료법도 있다는 뜻이다. 현대의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약초의 효능을 무시하거나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산과 들에 난 잡초로 병을 고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쇠비름, 엉겅퀴, 곰보배추, 한련초, 비단풀, 까마중처럼 우리 주변의 소박한 잡초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귀한 약초가 될 때도 있다. 낮고 하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넉넉히 떠받치며 살아가는 이치와 너무나 흡사하다.
필자는 대체의학인 약초요법을 과학적인 현대의학만큼이나 신뢰하는 편이다. 옛날에는 이 땅에서 나는 약초로써 만병을 치료했다. 산과 들에 나는 잡초는 이제 보배다. 다만 무분별하게 채취하면 종자마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이듬해 소생할 종자를 남겨두고 채취를 해야 한다. 그래서 풀도 살리고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도 살리는 행복한 상생(相生)의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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